평범한 이웃으로, 가깝게 지내온 한 지인이 이런 질문을 한다. “세월호 사고 수습이나 이런 게 어떻게 됐나요? 요즘은 통 뉴스나 신문에서도 세월호 얘기는 별로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월호 참사 소식은 온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고, 국가가 열 일 제쳐두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나 정부, 그리고 여야 정치권의 모습은 어떤가? 과연 이들이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와 과제들을 지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게 된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찾아내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래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국가 대개조’라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던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정국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국가 대개조’에 대한 기대는커녕 오히려 한숨만 나올 뿐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병언부터 잡고보자고 세상의 이목을 유병언 체포에 집중시켰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행방은 묘연할 뿐이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 유병언과 내통하는 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국민들을 또 다시 혼란에 빠뜨렸다. 세월호 참사의 핵심 원인 제공자인 유병언을 잡아야 한다고 떠들썩하더니, 어느 순간엔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고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해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왜 어떤 책임질 일을 하게 돼 장관직 옷을 벗게 됐는지, 그리고 사람이 교체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는 어떤 위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미 관심 밖이 돼버렸다. 안대희-문창극으로 이어지는 총리 자질 논란은 세월호의 의미를 새까맣게 잊게 만들었고,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논문표절 논란은 지금껏 인사청문회와 다를 바 하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에서는 ‘인사 참극’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세월호 사고를 ‘참사’라고 표현했었으니, 이번 인사 실패 논란은 세월호 사고에 못지않은 또 다른 국가적 위기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틀린 말도 아니다. 사의를 표명한 식물 총리가 대안 없이 2개월이나 연명하는 국정공백의 상황이 계속됐고, 결국 대안을 찾지 못해 다시 산소 호흡기를 꽂아 생명을 유지하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 과연 그런 총리가 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힘을 갖고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정홍원 총리에 대해 청와대가 2개월 만에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시킨 상황에서도 세월호는 없었다. 정부의 세월호 사고 무능 대처에 총체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었던 일은 안대희-문창극 이슈에 묻히고 묻혀 이제는 잘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일이 돼 버렸다. 그가 다시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한 관심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조직 논란까지 뜨겁게 일고 있다. 인사실패 논란의 연장선에서 나온 문제지만,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 또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세월호 사고는 지금 우리 사회에 수많은 과제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슈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슈만 따라가다 보면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세월호가 던져 준 본질적인 의미와 과제들에 대해 지금쯤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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