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각에서까지 소통 없는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내용적 측면에서야 어찌됐든,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야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정국 주요 현안들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 등 4명이 참석했고, 1시간 30여분 동안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처럼 여의도와 대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은 현 정국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를 천명했지만 정부조직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더해 2기 내각 인선안에 대한 국민적 여론까지 악화되면서 박 대통령은 요즘 골치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은 뚝뚝 떨어지고만 있고, 별다른 지지율 반등 모멘텀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이 같은 곤혹스런 정치 환경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서게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소통 부재’에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소통만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박 대통령이 이렇게 여야 원내지도부와 대화를 시도하고 나선데 대해서는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은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했다. 새누리당 역시 “여야청의 만남은 그 자체만 해도 하나의 성과이자 정치의 복원”이라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만남 자체가 소통의 정치를 여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적으로는 이런 회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결국 청와대의 정치쇼에 야당 원내지도부가 들러리가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박영선 원내대표가 만남을 결심하고 회동에 나선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진정한 소통이다. 여야가 공통되게 내놓은 평가처럼 만나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눈과 귀를 닫고 행동의 변화 없이 만나기만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거짓된 소통은 종국에 가서는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번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을 시작으로 정치권과 더 많은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며, 여의도와의 대화를 넘어서 더 많은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 박 대통령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청와대의 어떤 보이지 않는 장막이 있다면, 그것부터 활짝 걷어버리는 것이 급선무다.

다양한 대화와 소통 속에서, 그리고 박 대통령 스스로의 눈과 귀로 얻게 되는 세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국정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소통의 시작이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진정한 국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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