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분규 가능성 등 ‘삼중고’ 시달려

▲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연달아 최악의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 있고 있어 조선업계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뉴시스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연달아 최악의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 있고 있어 조선업계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는 물론 노사 문제도 위험 수위로 치닫는 등 동시에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최악의 실적 악화·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
위기에 ‘휘청’거리는 현대중공업 미래는?
19년 연속 무파업 대기록 깨질 가능성 높아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 무려 1조1037억 원이나 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매출은 2.1%나 줄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전환하고 말았다.

1조원 대 이르는 기록적 손실 입어

이는 1972년 창사한 이후 현대중공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로 꼽혀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비단 조선업계를 넘어 다른 업종의 기업을 보아도, 이번 현대중공업의 경우처럼 무려 1조원 대에 이르는 분기 손실은 우리나라 경제사에서도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1내외적으로 ‘글로벌 톱’이라고 자부하던 현대중공업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입은 이와 같은 타격은 당분간 쉽게 회복되지 못하리라는 전망까지 겹치고 있어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처럼 커다란 적자를 기록한 주요 원인에 대해, 무엇보다 일 년 동안 인도가 연기되고 있는 원통형 부유식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골리앗 및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고르곤 프로젝트 등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예기치 못한 부진을 첫손으로 꼽았다. 이와 아울러 관련 업계에서는 플랜트사업 부문에서 공사손실 충당금을 5,000억 원이나 쌓은 것이 올해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조선업이 불황기에 허덕이던 시절 저가에 수주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이제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탈바꿈해 숨통을 향해 되돌아오는 바람에, 충격적인 실적 급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치명적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전격 돌입, 향후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부터 임원진이 급여 일부를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위기 극복 의지를 결의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무엇보다 경영위기 상황에 대한 임·직원의 공동적인 인식을 뚜렷하게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력·조직·제도를 전면 재편하여 원가 절감 및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방침이다. 한편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 구조는 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5.98%를 보유한 구조로 되어 있다.

신용등급 전망도 ‘극히 부정적’

그렇지만 현대중공업이 1분기·2분기 연속으로 입은 어닝 쇼크라는 실적 치명타에 대해 금융계의 시선은 냉정하기만 하다. 현대중공업이 부진함을 면치 못하는데 따라, 최근 주요 신용평가 3사는 전부 현대중공업에 대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거나 또는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그 여파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8월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는 지난 7월 말 현대중공업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 조치해 증권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격적으로 낮추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도 현대중공업을 ‘AA+’로 평가했지만 역시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으며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 ‘AA+’·하향검토 등급 감시 대상으로 등록했다.

이에 대해 투자증권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조정하게 될 경우 동종 조선업체는 물론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까지 신용등급이 재조정되는 ‘연쇄 도미노’ 현상의 우려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관련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여파로, 또 다른 실적둔화 종목군으로 꼽히는 정유업종의 신용등급 또한 재점검 대상이 될 수 있어 자칫 중화학 업계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현대중공업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만약 현실화된다면 해마다 수백억 원대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어서 기업 경영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현대중공업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 되더라도, 당장 ‘정크본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며 “이 때문에 곧장 자금 조달에 커다란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그렇지만 수백억 원의 추가 이자비용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재 겪고 있는 치명적 부진이 일종의 도화선으로 작용하여, 국내 조선사 전체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 부분 높은 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조선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중요 문제, 즉 수주환경 악화·해양프로젝트 현황·장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의 요인이 신용등급에 하락 방향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부정적 예측이 나오는 이유로, 무엇보다 국내 조선업체 ‘빅3’가 수년 째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바람에, 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꼽힌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이자 내기에 급급한 상황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뜻한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1분기·2분기에 이어 올해 하반기까지도 현대중공업이 부진한 실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현대중공업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가을 노사 임금 협상도 중대 변수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올 하반기 현대중공업이 2분기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면 적자폭은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흑자 전환 시기가 언제 될 것인지 예상하기는 현재로서는 꽤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에는 가보아야 현대중공업가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비교적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망에 대해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현대중공업에게 닥친 악재는 실적 적자뿐만이 아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난항에 직면하고 있어 그동안 자랑으로 내세우던 ‘19년 연속 무파업’의 대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일주일에 세 차례씩 노조 측과 사 측이 회동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은 목표로 했던 ‘여름휴가 전 타결’이 불발되고 말았다. 현대중공업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올해는 회사가 1조원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월 17일 50개의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통상임금 대비 5.90%) 인상 ▲호봉승급분 현 2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 ▲성과금 250%+추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단체협약 요구안은 ▲노조 전 집행부가 매입한 휴양림과 휴양소를 회사가 사들여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운영할 것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주차장 추가 건립 ▲출·퇴근버스 신설 등이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토요일 8시간 유급 처리 ▲자녀 학자금 정규직과 동일 지급 등도 사 측에 요구했다. 여기에 현재 노동계의 첨예한 이슈로 꼽히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통상임금 확대도 현대중공업그룹사 노조의 공동요구안으로 사측에 제시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8월 1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27차 교섭에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8월 2일부터 16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에 따라 노사는 휴가가 끝난 뒤인 오는 8월 18일에 28차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라 재계는 물론 노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재 직면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LS전선에 이은 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을 인수하는 안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대한전선의 새로운 주인 자리를 놓고 현대중공업 등 10여 개 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의 예비입찰 참여 가능성에 기대가 높다고 본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조선 업황 불황으로 장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인수합병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왔는데, 이러한 대안 중 하나로 대한전선 인수를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전선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배전반을 포함한 변압기 관련 사업을 확대·강화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현재 대한전선 인수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한전선 채권단으로부터 투자안내서를 받은 적도 없으며 현대중공업은 대한전선에 대해 관심을 전혀 두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한 어조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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