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첩보대의 희생적인 활약으로 유엔군 상륙 가능

맥아더 장군은 트루먼 대통령을 비롯해 주변의 참모들까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한 소년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최근 보았다. 반공영화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새로운 역사적인 사실도 알게 됐다. 맥아더 장군을 위시해 유엔군들이 늠름하게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걸어서 인천을 접수하는 장면의 사진만으로 나는 그 동안 인천상륙작전을 이해하고 있었다. 인천항에 접안하는 유엔군의 우월한 군사력에 놀라서 인민군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갔을 것이라는 인식이 전부였을 뿐 이렇게 우리 국군의 치밀한 첩보작전과 그들이 몸을 던져서 유엔군의 상륙이 가능하도록 완벽하게 준비작업을 미리 해놓았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인민군 장교로 위장해 첩보부대를 인솔하는 장학수 대위(이정재 분) ⓒ영화 '인천상륙작전'

당시 상황에 대한 실제 이야기는 이렇다. 해군정보국 예하의 첩보부대는 인천 앞바다에 위치한 영흥도를 거점으로 두고 인천에 잠입하여 인천상륙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실시했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결정과 더불어 동경에 주둔하고 있던 극동군사령부는 정보 수집을 위해 미군 첩보부대 투입을 고려했으나, 언어의 장벽과 현지 지리에 낯설다는 한계 때문에 대한민국 해군정보국에 이 임무를 일임한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 해군 총참모장 손원일 제독은 극동군사령부 맥아더 장군의 요청을 수락하여 극비리에 인천상륙작전에 필요한 제반 정보수집 임무를 지시하고, 해군 정보국장인 함명수 소령은 자신을 포함, 비밀리에 선발한 요원까지 총 17명의 인원으로 작전에 나선다.

1950년 8월 17일 첩보부대는 극비리에 부산항을 출발해 영흥도에 상륙한다. 통신, 경비, 정보 분석을 임무로 맡은 장정택 중위 팀과 인천 등지로 잠입하여 정보 수집의 임무를 맡은 김순기 중위 팀, 임병래 중위 팀의 3개 팀으로 나뉜 첩보 부대는 본격적인 작전에 착수한다. 이에 김순기, 임병래 중위 팀은 북한군과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하여 인천 시내로 잠입했으며, 월미도의 해안방어태세를 확인하기 위해 작업 인부로 가장해 접근하기도 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1950년 9월 1일 영흥도에 은밀히 상륙한 미 극동군사령부 정보국 소속 클라크 해군 대위가 이끄는 팀을 통해 극동군사령부로 송신되었다. 그리고 9월 14일,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한 극동군사령부는 인천상륙작전 개시가 임박함에 따라 영흥도 첩보기지에 ‘모든 임무를 끝내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하달한다.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첩보부대는 북한군 1개 대대가 영흥도로 기습해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에 영흥도에는 임병래 중위를 비롯한 해군 첩보부대 9명과 해군 의용대원 30여 명만이 남아 임병래 중위의 지휘 아래 북한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해군 첩보부대와 민간 의용군의 탈출을 위해 6명의 해군 첩보대원들은 퇴로가 차단된 가운데 포위될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이에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 하사 둘만이 남아 공격을 차단함으로써 나머지 대원들의 탈출을 돕고 끝내 북한군에 포위된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불과 24시간 앞둔 시점에서 포로가 될 경우 작전이 탄로 날 것으로 판단한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 하사는 작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군사기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영화 속에서는 맥아더 장군이 6․25전쟁 초기 전황을 살피기 위해 잿더미가 된 전쟁터를 시찰하던 중 참호 속에 혼자 남아 있는 소년병을 만나게 되는데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 소년병은 “상관으로부터 후퇴하라는 명령이 없었다”며 “꼭 우리나라를 전쟁에서 구해 달라”고 요청한다. 맥아더 장군은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을 비롯해 주변의 참모들까지 반대했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 소년병은 실재했던 인물로 2013년 작고한 신동수 씨였다.

인천상륙작전은 우리 해군첩보부대의 희생적인 활약 때문에 성공했고, 전세도 뒤집을 수 있었다.ⓒ영화 '인천상륙작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바로 이런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영화로서 권하고 싶다. 쫓고 쫓기는 전투 장면을 묘사한 블록버스터도 할리우드 영화 뺨칠 정도로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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