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학생, 기타 등 배우며 성취감, 만족도 높아

9월 27일 오전 10시 10분, 서대문구 경기대로 65에 위치한 인창고등학교(교장 원승호) 강당에 이 학교 1학년 9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음악 수업이 진행됐고, 아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음표가 그려진 악보를 보며 노래를 배우는 기존의 틀에 박힌 수업이 아닌 학생들 각자가 악기를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1인 1악기 수업 중 전체 강의에 집중하는 학생들.사진/ 김도연 기자.

보컬을 맡은 차인성 학생은 “수행평가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이 체험한 음악 교육은 인창고등학교의 자랑이자 특색 수업인 ‘1인 1악기 문화예술교육’ 수업이다.

본격적인 파트별 수업에 앞서 전문강사들이 악기와 주법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인창고의 ‘1인 1악기 문화예술교육’은 바른 인성 함양을 목적으로 1학년 학생 모두가 참여해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는 음악 수업으로,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끼를 함께 키우는 음악 수업이다.

일반고등학교에서 한 학년 학생들 모두가 악기를 배우는 곳은 인창고가 유일하다.

이처럼 특별한 수업이 만들어진 데는 이 학교 음악교사인 조소현 교사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조소현 교사는 “중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감성발달이 눈에 띄게 높았다”며 “고등학교에 와서 수업시간에 졸거나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1인 1악기 수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1인1악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소현 교사. 그동안 악기 확보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

2013년부터 부족한 악기를 책상에 그려 넣은 그림으로 대체해 수업을 하기도 하고, 사비를 들여 조금씩 악기를 구매하기도 하며 꾸준히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어려움 속에서 매년 1인 1악기 수업을 이어가던 중 지난해 지원예산이 확보돼 올 해부터는 1개 반 학생들이 모두 다룰 수 있는 악기를 확보했고, 문화예술교육 협력교사 지원사업으로 JY실용음악학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소현 교사는 “연말이면 ‘내가 이걸 왜 했지’라는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1인 1악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이 많이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에 졸던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악기를 배우고, 산만했던 아이도 악기에 집중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경험하곤 한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악기를 만지며 배우는 내내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이날 수업시간 내내 떠들거나 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이런 집중은 전문 강사들도 느끼는 점이다.

일렉기타를 가르치는 조세민 강사는 “확실히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방과후교실이나 특강 때와는 사뭇 다르다”며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고, 수업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전체 수업 후 각 악기별로 교실을 이동해 전문강사의 집중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악기별로 실질적인 연주 방법 등을 습득한다.

학생들은 학기 중에 보컬, 일렉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드럼 등 하나의 악기를 배우고 학기말에 합주 무대를 선보인다. 하나의 밴드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밴드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소통과 배려를 배운다.

2조 베이스담당의 이상학 군은 “일렉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베이스를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 선택한 것 같다”며 “친구들과 함께 악기를 배울 수 있어 더 좋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다른 교과보다 자유롭고,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기량을 키워나가는 과정이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건반 파트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 이론보다 체험위주의 교육으로 진행한다

4조 안병권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쳤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며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포기했었다. 그런데 1인 1악기 수업을 통해 다시 건반을 접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안 군은 또, “공부도 열심히 하겠지만, 악기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라며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연습을 할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학생들은 1학기 평균 10회 정도의 교육 시간에도 불구하고 학기말과 연말의 발표 무대에 창작곡을 들고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1인 1악기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는 해당 교육을 인창고만의 특색 교육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 됐다.

임병욱 교감은 일반고 가운데에는 유일하게 1인 1악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창고의 감성교육을 강조했다.

임병욱 교감은 “지금은 감성교육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그런 차원에서 1인 1악기 수업은 우리 학교만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라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너무 좋아한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다보니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수능 공부에 지쳐 있을 아이들에게 우정과 소통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수업으로, 지성과 인성, 감성을 강조하는 시대의 맞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에 인창고등학교가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아울러 임병욱 교감은 “방과후교실, 야간자율학습 등 모든 수업이 대학 입시를 위해 진행되는 요즘, 대학 입학이 아닌,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수업이다”라고 덧붙였다.

각 조별 밴드를 구성한 학생들은 학기말에 평가를 받고 해당 평가에서 우수한 기량을 선보인 20개 그룹은 12월에 있을 문화예술발표 무대에 서게 된다.

조소현 음악교사는 “연말 무대에 오르는 20개 그룹의 학생에게는 우수한 평가가 부여되지만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즐기며 배우는 시간을 통해 자신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인창고등학교의 1인 1악기 수업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배우는 학교 수업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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