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애에게 젖 준다고?…진짜 아픈 애는 울지 않는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참으로 슬픈 유서다. 한 많은 세상과 작별하면서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

어떤 구구절절한 유서보다도 많고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갔지만 그들이 남긴 끝자락은 이승에 머물면서 남은 우리들을 질타하고 있다.

마지막 가는 길이 얼마나 참담했겠는가. 하지만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헤아리는 그 심정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숙이게 된다.

주인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신산한 삶의 고해(苦海)에 몰리다 몰려 발 하나 제겨 설 수조차 없는 궁벽한 처지에 놓인 세 모녀가 동반자살해 가슴시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어머니인 박 모 씨(60)와 큰딸 김 모 씨(35), 그리고 둘째딸(32)이 집안에 누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집주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유서와 현금 70만 원을 남기고 번개탄을 피운 채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집은 방 두 칸과 화장실 한 개가 딸린 지하 1층이었다. 방은 이불 두 채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고 벽지는 누렇게 변해있었다. 숨진 모녀 머리 위 벽에는 가장과 함께 네 식구가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12년 전쯤 가장이 방광암으로 사망하며 많은 빚을 남겨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또 두 딸은 평소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외부 출입도 잘 하지 않았으며, 일정한 직업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어머니 박 씨가 식당일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졌지만 한 달 전쯤 빙판에 넘어져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식당을 그만두게 돼 생활고가 자심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박근혜 대통령은 앉아서 기다리는 수동적인 복지 행정에서 탈피하여 ‘찾아가는’ 능동적인 복지 행정을 펼치라고 지시했다.

사실 풍요사회의 언저리에서 겉도는 소외 계층들은 절망감에 사로 잡혀 자신의 절박한 사정을 주위에 알리기에 무척 버거워 한다.

이들 절망 계층들은 외레 남에게 신세지기를 꺼려하고, 주위에서 베푸는 시혜 기회에도 소원된 채로 사회와 격리되기 일쑤다.

그래서 긴급 구난이 필요할 때도 주위에 SOS 신호를 보내기 보다는 자신 안에서만 맴돌다 급기야 폐쇄된 상황에서 활로를 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를 내몰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자포자기한 이들에게 외부에서 따뜻한 손길을 뻗치지 않는 한 이들은 하염없이 절망의 나락에서 오직 자신들만을 바라보면서 허우적댈 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들 절망 계층에게 사실 사회 복지제도라든가, 민간 차원의 도움의 손길은 먼 저세상의 일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따라서 이젠 앉아서 기다리는 복지는 지양(止揚)할 시점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구휼(救恤)의 기회가 적시에 주어지기 위해서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선제적인 복지 행정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세모녀의 비보를 접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의 가슴은 아직도 얹힌 듯 먹먹하다. 그들의 유서 글귀 ‘죄송합니다’가 복지의 어두운 그늘을 밝히는 등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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