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치유하고 싶다면

▲ 주작산 기라재농원의 봄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은 자연에 맡겨라’ (히포크라테스) 

어느 시대인들 서민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으랴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롭다고들 한다. 충고와 가르침 보다는 내 아픈 상처를 공감하고 마음을 다독여줄 위로처를 찾아 헤맨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서점 가에는 유명한 스님들과 심리학자들의 고통과 위기에 대한 성찰과 마음 다스리기와 관련된 서적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TV나 언론에서도 이와 관련된 토크쇼와 고민상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 바 몸과 마음에 대한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Healing)이 대세다.

 

현대인들은 왜 이토록 힐링을 필요로 할까. 바쁜 일상과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비하여 원하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져 상대적 박탈감이 그 원인일 것이다. 청년은 취업과 경쟁에 허덕이고, 중년은 중년대로 업무스트레스, 가족부양,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퇴사에 대한 압박으로 힘들다. 노년은 생존의 문제마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의 위로와 처방이 필요하지만 털어놓지도 못한다. 결국, 이 시대의 명사들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욕구로 마음치유서를 찾게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토크쇼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토크쇼를 봄으로써 힐링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책과 토크쇼는 영화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시간에는 감동을 받았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마음이 문제라면 마음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인가. 자신의 문제점을 알았다면 마음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행동으로 먼저 시도해 보면서 마음이 따라주도록 한발짝씩 길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생존의 문제는 해결되어야만 하고 아픈 곳은 치료받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치유는 마음먹기 달린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손잡아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정작 무릎에 힘을 주어 일어설 사람은 바로 자신이므로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가 답해야 한다.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 숲길을 걸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나이 들고 보니, 젊음을 가지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눈부시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돈은 장래를 대비해서 저축을 해둘 수 있지만 시간은 저축 할 수가 없다. 돈은 필요하면 다른 사람에게서 빌릴 수도 있지만 시간은 아무리 필요하고 또 모자란다고 해도 빌릴 수 가 없다. 저축할 수도, 빌릴 수도, 되찾을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게 바로 시간이다.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자다.

그래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인생은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중하게 주어진 자신의 인생을 성실하게 행복하게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 늘 가능성은 열려있고 용기를 내서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기회는 온다. 실패한다면 조금 욕심을 내려놓거나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절대적인 것은 세상에 없으므로.......

 

반대로 나이가 많은데 해 놓은 것은 없고 실패만 연속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래도 오늘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벌새는 1초 동안 날개를 예순 번이나 움직이고, 모기는 벌새보다 훨씬 더 많은 천 번을 움직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벌새와 모기한테는 단 1초의 시간도 날개를 수십 번 혹은 수천 번 움직일 만큼 긴 시간이 되는 셈이다.

 

이런 깨달음은 숲에서 얻은 교훈이다. 숲은 그 어떤 멘토 보다 내게 필요한 가르침을 주었고 상처받은 내 영혼을 치유해 주었다.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운을 온몸의 모공을 통하여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과 같다. 자연의 질서를 발견하는 일이며, 내 자신이 자연의 질서에서 얼마만큼 벗어나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잃기도 하고 버리기도 해야 한다. 모든 생명들은 자기 조정과 상실 속에서 성장하고 완성된다. 떡잎을 버리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무는 없으며, 묵은 가지를 떨어뜨리지 않고 제 하늘을 열 수 있는 나무도 없다.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인생을 관조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 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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