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국무총리라는 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국무총리란 어떤 자리인가? 사전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쯤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무총리는 행정에 관해 각 부처 장관들을 지휘하고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깊이 있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행정적 능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정무적 감각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문창극 후보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선, 그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가장 먼저 지적됐던 것은 행정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언론인으로서 정치권에 대해서나 정부행정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지만, 그것이 실전적 행정경험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진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요즘, 그가 한다는 말은 더 가관이다.

“국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경제 문제에 대해 답변하는데 나도 공부를 해야 할 것 아니냐. 답변하시는 것을 열심히 같이 보면서 나도 배우겠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밤을 새워가며 국정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그를 보고 ‘믿음직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의 업무를 조율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가 국무총리직에 올라서 대통령의 명을 척척 수행해 낼지도 크게 의문스럽다. 이미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을 읽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해 귀국 후 재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가 검토’라는 말 자체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이 모두 알고 있고, 심지어 국민도 알고 있는데 문창극 후보자만 청와대의 이 같은 의중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아침저녁으로 기자들이 ‘자진사퇴 여부’에 대해 송곳처럼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도, 마치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마냥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그가 과연 국무총리에 올랐을 때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 왜곡된 역사관과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거친 험담을 쏟아냈던 과거 비도덕적인 모습들은 묻고 넘어 간다하더라도, 이런 무능함과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태도는 그냥 넘길 수 없다. 국민 정서야 어떻든 총리직을 해보고야 말겠다는 오만하고 고집스러운 태도는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임영권자인 청와대마저 고개를 젓고 있는 이 상황조차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라니, 문 후보자가 버티면 버틸수록 대통령 국정운영은 부담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정운영을 보좌해야 할 국무총리가 오히려 국정운영에 부담덩어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문창극 후보자를 지명했던 청와대의 자업자득이 되고 말았다. 야당이 아무리 정치적 노림수를 가진 비판이었다 할지라도 그 속에서도 새겨들어야 할 말은 새겨들었어야 했다. 또,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 아닌 100%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며 탕평인사를 외쳤던 국민의 지적을 들었어야 했다. 또 다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창극 후보자는 소모적 논란을 만들며 더 이상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청와대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일보한 탕평인사를 펼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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