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자연의 모습들 어머님 생전에 심으신 접시꽃, 석류꽃 등이 변함없이 올해도 핀다.

리의 산과 들에 핀 야생화들은 참 작다. 만개했다고 해도 새끼손톱만 한 게 대부분이다. 키도 작고 꽃도 잘아 풀숲 아래를 허리 숙여 들여다봐야 겨우 찾을 수 있다. 토종야생화들은 생긴 것에 비해 이름들은 그리 예쁘지 않다. 줄기를 꺾으면 똥물처럼 노란 즙이 나온대서 애기똥풀,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쥐오줌풀이다.

어떤 꽃은 며느리 밥풀꽃에 며느리 밑씻개 꽃까지 이름들이 얄굿다. 꽃말도 그렇다. 봄꽃을 대표하는 얼레지는 꽃이 치마폭처럼 발랑 뒤집혀 핀다고 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다. 조금 짓궂긴 해도 질박한 해학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화가 아름다운 것은 거치른 자연환경속에서그 여린 목숨들이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면서 화사하게 웃는 그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옛어른들 말씀에 잘난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면 부지런해라.”고 하셨는데, 언땅 덮혀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은 잡초로 분류되는 이런 야생화들이 바로 그 모습이다. 이런 식물들의 생존전략은, 예쁘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들 보다 먼저 싹을 틔우고 잎을 자라게 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잎에 보송보송한 털이 있어 눈에 냉해를 입지 않고 습기와 추위를 막는 역할을 하므로 긴 겨울을 얼지 않고 습기롭게 잘 견디다가 대지에 봄 기운이 돌면, 미리 싹을 틔운다. 덕분에 다른 식물 보다 편안한 영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리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땅별로 피는 키 작은 들꽃들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흰색, 노란 색 그리고 보라색으로 치장하고 키가 큰 어떤 꽃에도 뒤지지 않는 강한 향기를 뿜어 낸다.

질경이와 민들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린다. 다른 꽃들보다 볼품없어 보이지만 뿌리를 길게 아래로 내려 꽃 보다 키가 큰 꽃대를 만들어 원형의 아름다운 솜털로 된 씨 무리를 만들어 낸다.

꽃이 볼품없으면 위장술을 벌이기도 한다. 소위 허니 가이드(Honey Guide)’라고 하는데 가짜 꽃잎을 만들기도 하고 잎사귀에 하얀 선으로 곤충들이 화분이나 꿀에 접금할 수 있도록 표시를 만든다. 곤충들은 이 가이드를 따라 꽃 안으로 파고들어간다.

클로버나 산딸나무 등도 이에 속한다. 보잘것없는 꽃을 대신해 꽃받침을 꽃처럼 변장시켜 곤충들을 유혹한다. 푸른 잎 위로 하늘을 향해 은쟁반 같은 하얀꽃을 피우는산딸나무의 십자모양 하얀 꽃잎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수술이 있어야 할곳에는 진짜 작은꽃들이 빼곡하게 달린다. 모든 꽃잎의 역할이 그렇듯이 꽃가루받이가 잘 이뤄지면 꽃잎은 스스로 떨어져 열매가 잘 익도록 도와준다. 산딸나무도 꽃이 지면 가운데 공처럼 생긴 열매가 붉게 익는데, 마치 딸기처럼 생겨 산딸나무라고 부른다.

산수국이나 해바라기도 큰 꽃잎은 헛꽃이다. 중간에 모인 작은 꽃 들이 꽃가루를 가지고 있는 진짜 꽃인데 그 것만으로는 곤충들을 유인할 수 없으므로 밖에 화려하고 큰 위장용 꽃잎을 다는 것이다.

이렇게 식물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자리를 인식하고 자신의 결점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결점을 극복하기위해 노력한 끝에 그 어떤 나무나 꽃도 흉내 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꽃을 기어이 피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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