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 묵인 및 탁상감정·사채 의혹에도 이사장 선출 파장

▲ 망원동 새마을금고에 10억원의 손실을 입힌 부실대출을 묵인하고 사채의혹까지 받고 있는 망원동 새마을금고 전직 감사가 새 이사장으로 선출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 / 강민욱 기자

마포구 망원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선출된 J씨가 해당 새마을금고에 과거 10억원의 손실을 입혔던 부실대출 사건과 깊숙이 관련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4일 망원동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J씨는 최근 실시된 이사장 선출 선거에서 두 명의 후보와 경쟁을 벌인 끝에 새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J씨가 앞서 새마을금고에서 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당시 발생한 부실대출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당시 41억원 규모의 부실대출로 망원동 새마을금고가 입었던 손실은 10억원에 달한다. 서민금융기관인 지역 새마을금고의 출범 및 운영 취지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으로 지역 주민들이 맡긴 돈에 피해를 끼친 인물이 이사장으로 선출된 상황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씨는 <마포땡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실대출이 이뤄진 후에 감사로 취임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등기부등본 및 망원동 새마을금고 측의 답변을 종합한 결과 J씨가 감사로 취임한 후 3개월 가량 후 문제의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J씨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전국 각지에서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지역 새마을금고를 통솔하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이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 개인사채 회수 목적 새마을금고 이용 의혹

마포구 중동 수풍아파트를 둘러싼 문제의 대출은 지난 2009년 5월경 이뤄졌다. 당시 망원동 새마을금고는 마포구 중동 수풍 아파트를 담보로 해당 아파트의 건축주인 A씨에게 41억원 가량을 대출해줬다가 이자를 받지 못하고 결국 경매 및 관련자 배상으로 31억 가량만을 회수,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이 실행되던 배경 및 경위에 J씨가 관여돼 있다는 부분이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해당 금고에서 감사로 재직하던 J씨, 망원동 새마을금고의 상무를 지낸 B씨, 당시 부이사장 C씨 등은 사채를 K씨에게 빌려줬다가 채권을 받지 못하게 되자 새마을금고의 K씨에 대한 부실대출을 묵인하고 그 뒤 해당 부동산을 가압류, 채권을 회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등기부 확인 결과 망원동 새마을금고 전직 상무 B씨의 친자매인 것으로 알려진 H씨의 이름으로 해당 부동산 3곳에 가압류가 된 기록이 발견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따르면 B씨는 망원동 새마을금고에서 상무로 재직하다 2009년 이전에 퇴직했다.

한편 건축주였던 K씨는 수풍아파트 건축을 시공사 사장 대영(주) D씨에게 맡겼고, D씨가 공사비를 받기 위해 K씨의 재산을 확인한 결과 이미 K씨는 땅값과 건축비를 새마을금고에서 대출 받고 빚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난 상태였다.

 

◆ J씨 이사장 선출에 부도난 관련 업체들 ‘피눈물’

이렇듯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의 도산과 담보 부동산의 가격을 부풀린 내부탁상감정으로 망원 새마을금고는 전체 대출액 41억원 중 30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하고 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당시 이사장은 본건으로 인하여 배상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으나 감사직에 있었던 J씨는 오히려 이번 망원 새마을금고의 새 이사장으로 선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새마을금고의 설립취지를 망각한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마포 지역경제를 갉아먹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의혹 제기된 당사자들, 시종일관 ‘모르쇠’

망원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선출된 J씨는 <마포땡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채를 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B씨에게 돈을 준건 사실이지만 쓰이는 용도는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또한 그는 새마을금고의 부실대출 및 탁상감정에 관한 묵인 의혹에 대해 “당시 대출이 모두 이뤄진 후 감사로 취임했기 때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사채회수를 위해 H씨의 명의로 가압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망원동 새마을금고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J씨는 2009년 2월 말부터 감사로 취임 및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망원동 새마을금고 측에 대출시점을 문의한 결과 문제의 부실대출은 2009년 5월 말경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대출 시점에 감사로 재직하고 있던 J씨가 부실대출 및 탁상감정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H씨는 <마포땡큐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채권회수 목적 가압류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B씨와 자매인건 맞지만 누가 제보했는지 밝히지 않으면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또한 전직 상무였던 B씨 역시 <마포땡큐뉴스>와의 통화에서 H씨와의 자매 관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사람은 모른다”고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H씨는 이후 통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 H씨 명의로 가압류 됐던 중동 수풍아파트 203호·502호·601호 중 601호의 등기부. 망원 새마을금고 보다도 우선 순위로 가압류가 되어있다. 아래는 2009년 감사로 취임한 J씨가 재직한 망원동 새마을 금고 등기부. 사진 / 강민욱 기자

 

◆ 중앙회 비판 여론 거세…법 개정안 국회 통과

최근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각종 비리, 금융사고들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앙회 관계자는 <마포땡큐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일어난 비리, 금융사고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03년 이래 새마을금고 자체적으로 정기적 감사뿐만 아니라 ‘상시감시정보시스템’을 구축, 지속적으로 강화해오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임원에 재선임되는 일이 부지기수인 새마을금고를 더는 놔두면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논란처럼 경영진들이 금융사고를 내고도 금융변상 등 연대책임을 지지 않고, 경징계를 받고 다시 복귀해 금고의 결손처리로 회원에게 피해를 떠넘겼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 4년간 새마을금고의 결손처리 규모는 4112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독 부처인 행정자치부 장관은 새마을금고의 각종 인사, 징계 등의 제재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금융사고를 낸 임원은 기존의 징계면직·해임에 더해 직무정지·정직의 사유로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현재는 금고를 쫓겨날만한 금융사고가 아니면 얼마든지 임원이 다시 될 수 있지만 재선임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셈이다.

이는 새마을금고의 ‘셀프감독’을 더 이상 믿지 않겠다는 국회의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개정안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마포땡큐뉴스 / 강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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