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장래 사교육에 의해 결판나지 않게 해야

‘과외망국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심심하면 한 번씩 터지는 사교육 관련 소식은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 돈이 신성한(?) 교육을 지배한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어린이, 청소년 교육에까지 철저하게 지배된다면 그들에게서 꿈을 앗아가는 거나 진배없다.

없는 집에서 태어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영역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것이다.

그런데 어린 청소년들의 장래가 알 수 없는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좌절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가르쳐 준 걸 충실히 복습하고, 또 예습한다한들 어찌 고액과외, 족집게과외를 따라갈 수 있단 말인가.

없는 집 자식들의 절망감을 어찌 해결해 줄 것인가. 그저 있는 집 자식들의 들러리인생이나 살란 말인가. 교실 안에 짙게 드리워진 무거운 위화감을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버겁지 않을까.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3만9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1.3%(3000원) 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문제는 이번 조사결과 사교육비에 많은 비용을 쓸수록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역별 격차는 약 2배에 달했다.

통계청은 최근 초·중·고교 1094개의 학교 학부모 4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사교육비 의식조사’를 통해 이 같이 발표했다.

영·유아 대상 사교육비, 학교 방과후 활동이나 어학연수 비용, EBS교재비 등은 사교육비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학생 열 명 중 일곱(68.8%)은 사교육에 참여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다.

이번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증가는 2009년 이후 4년 만에 다소 상승한 것이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중학생(26만7000원)이 초등학생(23만2000원)과 고등학생(22만3000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시도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32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15만8000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간에도 극 대 극의 대조를 보였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사교육 잡겠다고 위정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공염불이었다. 특단의 대책 운운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강도 높은 방략을 쏟아내어 왔지만 ‘도로아미타불’이었다.

되레 입시제도만 바뀌어져서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입시제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복잡해지면 정보력이 뛰어난 자가 이기게 된다. 결국 돈이 답이 되도록 만들어 버린 셈이다.

교육은 계층이동의 자연스런 기제(機制)다. 교육을 통해 계층사다리가 작동하려면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한다. 그건 나라의 몫이다.

계층이동이 경색되면 죽은 사회가 된다. 누가 노력하겠는가. 그래서 사교육망국론이 대두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보다 역동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가능한 한 교육기회를 균점(均霑)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교육기회를 공교육 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번 통계청 발표가 돈과 교육의 밀월관계가 청산되고, 새로운 교육지대계가 수립되는 그런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보다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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